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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y'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3/31 "어느 개발자의 죽음" - 그 덧글에 대한 단상
  2. 2010/03/19 어느 개발자의 죽음 (196)
  3. 2010/01/25 皮裏春秋
2010/03/31 01:29 Behind Story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하지는 않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자명한 것 한가지는 소프트웨어 공학의 철학적 기반에는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공업적 생산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프트웨어는 분명히 산업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생산에 있어서 공학적 방법론을 마련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요구의 양과 복잡도가 늘어나고 그 질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는 마당에 소프트웨어 생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학적 방법론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함께 일하던 한 개발자의 죽음에 관한 지난번 글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 댓글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고인에 대한 추념이며 다른 하나는 '혹사당하는 개발자'에 대한 걱정과 연민이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는 많은 개발자들이 홀대 혹은 혹사에 대한 탄식과 문제제기성 댓글을 남겼다.

"어느 개발자의 죽음(kbsec.cc/79)"에 남긴 '개발자'들의 댓글


과연 개발자들은 다른 직군에 비해 유독 '혹사' 당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개발자들은 다른 직군에 비해 유독 노동강도에 미치지 못하는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일까?

소프트웨어 공학 - 개발자의 적?

근대 산업사회 이래 시장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과학적 발명이나 발견 이외에 다양한 '생산 기술'이 발전 해 왔다. 획기적 발명도 적절한 '생산 기술'이 수반되지 않으면 이는 시장성 결여로 간주되어 사장되고 만다. 많은 경우 충분한 생산 기술의 확보 여부는 최초 창작/창조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독보적 창의력이 없어도 '생산 기술'만 있으면 시장 지위를 획득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프트웨어가 전 산업 분야에서 걸쳐 해당 산업의 생산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생산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적어도 하나의 단위 생산조직에서 생산성의 극대화는 표준화, 즉 개별적인 차이를 제거하는데에서 시작한다. 소프트웨어 생산에 있어서도 이러한 경향은 마찬가지이다. 소프트웨어 '생산 기술'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인프라를 요구하였다. 대량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저가에 확보하기 위해 개발자에게 요구하는 기술적 요구사항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소프트웨어 기술에서의 표준화와는 다른 관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프트웨어 생산기술은 개발자가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파악 할 수 없게된다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개발자는 극단적으로 분절된 단위 로직을, 도저히 자동화 할 수 없는 종단의 로직을 개발하는데 흩뿌려진다.
그 뿐만 아니다. 오늘날 개발자들은 프로그래밍의 근간이 되는 기술로부터도 소외되어가고 있다.Pascal Language를 만든 Niklaus Wirth의 명저 "Algorithms + Data Structures = Programs"를 많은 분들이 기억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 개발 과정에서 자료구조를 혹은 알고리즘을 고민하는 개발자가 얼마나 될까?
이는 개발자에게 보상을 더 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물론 일부 개발자들은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 대한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개발에 임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일부 개발자들은 본질적 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다수 오늘날 '개발자'들은 이러한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 그 무엇을 개발하는데 내 몰리고 있다.

개발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오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발자가 회사나 일을 떠나는 것은 단지 하는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일에서 성취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 믿는다.
개발자들과 프로젝트의 배경과 비젼을 공유하고 성공적인 결과에 대한 같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자신이 만드는 것의 가치와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자신이 버려야 할 것과 따라배워야 할 것을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개발자 하나하나가 창의력을 발휘할 공간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작년 말 부터 설무렵까지 많은 우리 개발자들이 iPhone용 트레이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했다.
참고할만한 사례가 어디에도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증권거래라고 하는 매우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무척 힘들었을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그들이 창조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요구사항 명세서'를 코드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요구사항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iPlustar : '산출물'이 아니라 '창조물'이다.



그 결과, 그들이 만들어낸 소프트웨어는 가장 아이폰 다우며 가장 독창적인 iPhone용 트레이딩 소프트웨어인 iPlustar였다.


국내 모 증권사 4사의 iPhone용 트레이딩 소프트웨어 screen shot : 화면 구성은 물론 색깔까지 똑 같다.



아직은 이런 저런 bug fixing을 해야 한다.
하지만, iPlustar는 '산출물'이 아니라 '창조물'이기에 우리 개발자들이 나는 오히려 부럽기만 하다.

다만, 그 개발의 행복함을 채 경험하기도 전에 먼저 저 세상으로 간 @sangho78 님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stray cat, @yalkongs
posted by stray cat, yalkongs 孤孩
2010/03/19 10:05 Behind Story
한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재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던 착한 심성의 개발자가 있었습니다.
넘치는 위트로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으며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집사람에게 허락된 용돈 안에서 아이폰 할부 갚아야 한다며 싸가져온 도시락을 혼자 먹던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일 하는 곳은 그가 소속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소속한 회사가 수행한 프로젝트의 유지보수를 위해 그는 소속되지 않은 회사에서 1년을 넘게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우리 회사에서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설 연휴를 얼마 앞 둔 어느 날, 그는 점심을 거른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 속이 좋치 않아서요..

과음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튿날, 그의 자리에는 이런 저런 약이 있었습니다.

- 췌장염이랍니다.

설 연휴 이틀 전, 얼굴이 핼쓱해졌더군요.

- 내일 휴가를 좀 써야 겠습니다. 병원에 가 봐야겠어요.

연휴 잘 쉬면 괜찮을거야 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그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병원이라더군요.

twitter.com/sangho78 그가 병원에서 남긴 트윗



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돌아오질 못했습니다.


김연아의 금메달 소식이 있었습니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도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의 아내와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당장 헌혈카드가 필요하다더군요.


그가 병원에 갈 때 가져간 건강보험카드에는 우리회사 이름이 씌여있지 않았지만
그의 회사 동료는 우리였고 그는 우리의 동료였습니다.

회사 직원들의 헌혈...


회사 전 직원이 모금도 했습니다.
적십자사 헌혈 버스를 불러 단체로 헌혈도 했습니다.

그의 아내가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엇그제 병실을 찾았습니다.
의식도 없었습니다.
베개며 침대 시트에는 빠져버린 머리카락 범벅이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온 몸을 덮고 있었습니다.

어제 아침
혹시나 하는 맘으로 그의 아내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경.
그가 떠났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렇게 그는 갔습니다.
서른둘의 가장이 그렇게 급히 갔습니다.
황급히 병원에 가 보니 병실에 그의 침대는 이미 옮겨지고 난 뒤였습니다.

그가 떠난 병실


참으로 애통하고 애통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우리도 회사도 법과 규칙을 핑계대지 않고 그의 고통을 나누는데 최선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질적 병폐인 하청 구조 속에서 그가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마음 상하는 일은 없었는지 걱정됩니다.

우측 끝, 작년 호프데이에 부사장님 옆자리에 앉았던 그의 모습 입니다.


미망인이 전해 준 한마디가 생각 납니다.

- 의식 잃기 전에 회사사람들에게 건강 조심하라고 전해달라더군요.

그가 우리를 '우리'로써 기억 해 주고 있었다면 참말로 다행입니다.

- @yalkongs, stray cat.
posted by stray cat, yalkongs 孤孩
2010/01/25 19:19 Behind Story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주말은 매서운 추위가 없어 다행이었지요.

책상 위를 한 번 보세요.
뭐가 있나요?
충전기에 매달린 핸드폰, 언제 봐도 바보같은 사무실 전화기, 마우스와 키보드, 컴퓨터 모니터... 대부분 이런것들이죠?


Software Inside?

곰곰히 생각 해 보면, 이러한 물건들 안에는 많은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습니다. 언뜻, 적당한 전기만 공급 해 주면 작동하는 차가운 기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사람들의 노고가 그 안에 들어있습니다.
물론 책상이며 의자, 휴지, 연필꽂이, 공책 같은 물건들에도 사람의 노고가 들어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앞 서 이야기 한 물건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것들 안에는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아도 그 기능을 결정짓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 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철저하게 사람의 노동 결과 입니다.

키보드에서의 단 한번의 키 클릭 뒤에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는 얼마나 될까요?
'딩동'하는 소리와 함께 전달되는 핸드폰 문자메시지 뒤에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제작에 참여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주말 잘 쉬었니"라는 월요일 아침 인사를 전달하는 메신져는 몇 줄의 코드로 만들어졌을까요?

소프트웨어 생산에 대한 공학적 방법론의 등장과 이의 기업조직화에 따라 개발자의 노고는 잘 기억되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들의 노고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쉽게 나타나지 않을것입니다. 플라스틱 바가지가  표주박 바가지를 밀어내는 것 처럼 산업구조의 발전이 아무리 빨라도 소프트웨어의 위치는 쉽게 변하지 않을것입니다.


당신은 개발자인가요?

우리 회사는 소위 말 하는 '증권회사'입니다.


자본시장 발전을위한 '자통법'에 따라 회사 이름을 'XX금융투자' 로 바꾸는 증권회사도 있습니다만 아직 많은이들에게 익숙한 '증권회사'입니다.
증권회사는 '금융기관'입니다. (아직 기자들도 '기관'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금융회사 내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겐 낭만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낭만'은 '창조성'을 잉태하기 마련입니다만 금융회사 내 개발자에게 있어 '창조성'은 언제나 유보되어져야 할 가치 입니다. 소위 말 하는 '안정성'때문이지요.

엄청난 산통을 다스리는 것은 오히려 양육의 과정이라더군요. 하지만 금융회사 개발자들에게 그 '양육'의 과정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출산 즉시 전쟁터로 달려가는 아이를 낳아야만 하기때문이지요.


그래도 지구는 돈다?

스마트폰 비교가 한창입니다.
아이폰 사용자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폰을 권하지만 옴니아 사용자는 자신이 옴니아를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죠?
삼성 내부에서도 공식적으로 반성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오류 없는 시스템 운영'이 최상의 가치가 아닌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튀어 봤자 장애 한 번 나면 끝인데 뭘...' 하는 자조적 자기 안위가 가치로 인정 받을 수 없는 때가.

하지만 그 보다도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 우리들에게도 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변하지 않은 유전적 코드인 '창조성'이 있다는 사실.


KB투자증권 개발자들의 팀 블로그

블로그의 유지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가하다고 되는 일도 아니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바쁘기때문에 안되는 일'도 아니라 생각 합니다.
이 블로그의 목적은 아직 우리가 '폐경'에 이르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알리고 그 살아있음이 고객 가치임을 알리는데 있습니다.

- stray cats, yalkongs

posted by stray cat, yalkongs 孤孩